병렬독서를 하지 못하는 삶이었는데, 사람은 변하나 보다.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읽고 지낸다. 책 하나에 푹 빠질만큼 재밌는 책들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다.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끝까지 봐야 한다는 몹쓸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나오는 발췌독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튼 읽기 힘든 책들 사이 사이에 다른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병렬독서는 시작되었다.
여러번 서평에서 남겼듯이 시는 아직도, 여전히 읽기 힘들다. 그렇다고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제목이 끌리는 시집을 만났을 때이다. 여러가지 일들에 치여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작년 12월. 불현듯 만난 이 시집의 제목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직장인의 삶에서, 새롭게 변화된 업무 환경의 2023년이었다. 그 연말의 12월에는 개인적인 일과 함께 여러 일들이 마무리 되어야 해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그 시간들 속에서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여전히 사랑스러울 예정이라니.
그렇게 만난 시집은 나를 희망적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못했다. 우선은 알아 들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시가 없었다. <체류자들>이라는 시만 오롯이 기억에 남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했을 뿐, 그 외는 그저 나의 독서 습관에 따라 읽혀질 뿐이었다.
시집을 읽고 나서의 서평이 항상 비슷했었던것 같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우선은 그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을 책을 찾아 봐야 겠다. 2023년은 어찌저찌 마무리 되었고, 새로운 2024년이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다 쓸 때까지는 사용 가능하듯이, 내 몸과 마음도 1월 1일에 완충되면 12월 31일까지 양은 소모되어 마지막날에 거의 방전이 될지라도, 그렇게 힘차게 시작하는 1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올 해에도 사랑스러울 것 같지 않은, 작년과 비슷한 한 해를 보내겠지만, 조금은 변화되고, 조금은 나아지고,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지길 기대해 본다. 아니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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