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SF 소설을 잘 모름에도 우연히 읽었던 <노랜드>는 SF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 주었다.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던 어중간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고나 할까. 그렇게 천선란 작가의 이름을 각인한 상태에서 표지의 그림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라니. 구매했다. 책을 받고 나서는 이렇게 얇은 책일줄 몰라 놀랐다.
역시 SF 소설이다. 그러나 <노랜드>에서 느꼈던 것처럼 장르를 SF라고만 한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정확하게 장르적 정의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단지 미래의 이야기라고 해서 SF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도 주인공은 우주비행사다. 새로운 우주 비행을 앞두고 훈련상 과거의 나를 만나야만 한다.
그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책의 뒷 표지에는 '가장 외로웠던 나를 만나러 간다. 잘 만나고 와. 그리고 한번은 꼭 끌어안아 주어야 해'라고 써 있다. 누구라도 과거의 나는 외로웠던 것일까. 지금의 외로움이 과거의 나를 반추하게 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들이 지나쳐 간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에는 어느 시점의 내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까. 궁금한 것들,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노을을 건너는 의미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어렴풋하게만 남는다. 정확하게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가장 외로웠던 어린 날의 나를 만나 꼭 끌어안아 줄 수 있을까. 만약 그 후에라면 노을을 건널 수 있을까. 노을은 마주 볼 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오히려 그 건너에는 블랙홀 같은 암흑만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생각만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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