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Novel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green_rain 2024. 2. 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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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하루키의 열풍이 일던 시기부터는 아닐 것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며 읽기 시작하기 전부터 하루키는 아주 유명했으니까 말이다. 우연히 <노르웨이의 숲>(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이 제목이 아니었는데, 애를 쓰는 데도 그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언젠가부터 이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이 제목의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이 제목만 기억이 난다.)을 읽었는데, 정말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좋아하는 것들(달리기, 재즈, 요리 등)에 공통점이 너무 많아서 소설과 다른 에세이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두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에세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들과는 결이 달랐다. 소설들도 재미에 있어서는 퐁당퐁당 하듯 좋았던 소설들과 그렇지 않은 소설들이 나뉘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책은 출간 알림도 요란한다. 아주 조금의 관심만 갖고 있어도 도저히 신간이 나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다. 이 책도 작년 연말에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두꺼운 책일줄은 몰랐다. 책이 도착하고 그 두께에 놀라 바로 읽기 시작하지는 못했다. <1Q84>이후로 그렇게 재밌게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이 딱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도 한 몫 했다. <기사단장 죽이기>가 떠오르긴 했으나, 재미와 그렇지 않은 경계 사이에 머물러 있는 책이었기에 결정에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이끄는 힘이 있었다. <1Q84>처럼 재미있었다. 책의 두께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여전히 뭐지 뭐지, 하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서 다음은 다음은 하는 느낌이 훨씬 더 강했다. 이야기의 힘이랄까. 조금은 더 친절을 요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1Q84>처럼 뭔가 아쉬움이 남는 끝맺음도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라도 쓰고 싶으나, SF 요소적인 소설들은 줄거리를 남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읽어보면 된다. 꼭 이야기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중간 중간 드는 생각들이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영화 <매트릭스>가 읽는 내내 자주 떠올랐다. 모두가 현실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상공간에서 프로그램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실체는 그 가상공간을 운영하기 위한 하나의 건전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 책도 어찌보면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도시가 부여한 삶을 본체가 살아가고, 그림자들은 본체를 대신하여 현실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유의 의미야 꼭 같지는 않겠지만,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나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하는 듯 했다.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무엇을 모르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이 적기에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무엇을 모른던 간에 아직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불확실한 벽의 존재만큼은 확실한 것처럼, 불확실한 앎의 존재도 내게는 확실하다. 마지막이 왠 헛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떠올라서 써 본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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