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가능한 불가능>, 신은혜

green_rain 2023. 11. 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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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TV를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덕분에 나 또한 TV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들은 가끔 찾아 보긴 하는데, 잠이 더 소중한 내게는 TV 보다는 잠이다. 크게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비교적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 <대행사>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광고 대행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재밌게 본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카피라이터의 삶이 회사내 권력구조와 함께 빚어내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카피라이터라서 그런가. 책을 읽는 내내 그 드라마에 작가의 모습을 겹쳐 그리곤 했다. 미디어가 상상에 제한을 건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책은 재미있다. 저자가 하지 못하는, 할 수 없었는 일들을 1년의 과제로 설장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중 영어와 수영, 피아노는 나의 버킷리스트와도 겹쳐서 특히 공감하며 읽었다.

 

 수영과 관련된 나의 이야기를 해 보면 이렇다. 수영은 정말 정말 나와 맞지 않음을 느끼지만, 평생의 과업이 아닐까 싶게도, 수영에의 열망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물과의 악연을 잠깐 풀어보자면,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도시로 나온 우리 가족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초등학교 방학때마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가끔 밭일을 돕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동네 아이들과 놀기에 바빴다. 냇가에서 수영도 그중 하나였는데, 나는 수영을 할 줄 몰라 얕은 곳에서만 수영 흉내를 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냇가를 가로질러 오가는 수영을 하는게 쉬워보였던지 나도 따라 건너갔다. 문제는 돌아올 때였다. 몸에 힘이 빠진 나는 허우적 대기 바빴고, 함께 물놀이를 하던 사촌형이 없었다면 큰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게 처음이 아니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삼촌이 젊은 시절(내가 5~6살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 우리 가족은 함께 시골에 놀러갔다. 큰 천막을 냇가(위에 내가 사고를 겪은 그 냇가)에 치고 대가족이 야유회를 즐기던 그 날, 삼촌의 눈에 무언가 둥둥 떠내려 오더란다. 건져보니 물을 마셔 배가 볼록한 나였다나. 건저내 인공호흠으로 나를 살려냈다고 한다. 물론 이야기로 들은 사실이고,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일과 전해들은 이야기는 물에 대한 공포를 갖게 했고, 나는 목욕탕의 탕에만 들어앉아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겨내고 털어 내고 싶었다. 해병대를 지원한 친구도 수영을 못했다. 입소하기 한달 전에 우리는 함께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수영복도 없던 우리는 수영복을 사려던 돈으로 그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수영복은 갖고 있던 가장 짧은 운동복으로 대체했다. 수영장에서의 첫날 물속에서 나오려 팔에 힘을 주고 물 밖으로 몸을 빼는 그 순간, 물은 바지를 잡아 당겼고, 나는 반대로 빠져 나왔다. 이어져 터지는 아주머니들의 박수 소리. 한달을 등록한 수영장은 그렇게 하루만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에는 수영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무릎을 굽히지 말라는 건 다리를 각목처럼 뻣뻣하게 펴고 발차기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마치 회초리를 휘두르듯 허벅지로 물을 내려 차면 무릎, 종아리, 발목, 발등까지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여질 거라고 했다. ......허벅지가 회초리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물살을 누르는 느낌. 곧이어 발등이 누른 물살의 말캉함. 물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살갗으로 느껴졌고 한 바퀴를 돌아도 숨이 차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도 저 느낌을 알고 싶다. 그 희망이 수영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도록 해주는 것 같다. 

 

  피아노와 기타도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아 있지만, 모르겠다. 조만간 다시 시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조금은 더 자주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이라 여전히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책 이야기보다는 잡설이 길었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못해서 그런가. 이상하게 무슨 말을 하면 길어진다. 이 책은 뭔가 공통되는 부분들이 많았던것 같다. 도전을 하는 과제들이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과 비슷했고, 글 또한 무런가 나와 비슷했다. 분명 내 글이 논리도 빈약하고 뭔가 부족할텐데.. 이상하게 글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1년에 딱 하나라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대로 머릿속에만 생각을 둘 것인가, 아니면 실천을 할 것인가. 그 행동력의 차이가 성취를 만들어내는 차이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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