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green_rain 2024. 1. 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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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다 순서로, 공지영, 박완서, 신경숙, 은희경 선생님들의 소설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라고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는 편이긴 한데, 한참 좋아하던 시기를 벗어났다고 해야 할까. 위 네 분 외에 배수아, 천운영, 하성란님의 소설들도 자주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의 소재나 문체 등이 좋았었다.

 

  배수아님의 소설과 에세이를 몇 개 사 두고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었다. 그 중에 이 책이 가장 가까이 있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표지도 멋졌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을 덮으며, 책갈피로 사용하는 띠지를 보게 되었다. '한국문학의 가장 낯선 존재'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랬다. 예전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다. 배수아님의 소설들은 재밌는 소설과 잘 읽히지 않는 소설들로 극명하게 나뉘었던 것 같다. 그 전체적인 느낌이 '낯섦'이었다.

 

  배수아님의 에세이 중에서 아마도 처음 읽는 책이었을 것 같다. 낯설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여유롭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이어진 독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감안해도 낯설었다. 쉼을 갖고 다시 읽으면 빠져 들다가도 이내 튕겨져 나와 다른 곳을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작별을 고하는 시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추억으로만 삶을 이어갈 수는 없다. 말은 이렇게 해도 모질게 단번에 칼같이 확 끊어내지는 못한다. 그저 잠시 멀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사두었던 배수아님의 책을 다시 펼쳐 읽기 시작하면, 단번에 그 안에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내게는 그런 작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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