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Self-development

<마법의 연금 굴리기>, 김성일

green_rain 2024. 10. 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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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생각해서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상품이 보험일 것이다. 사회에 처음 나와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험에 가입했다. 미래가 불안해서는 아니고, 노동 소득을 발생시키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것은 그들이 보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험은 뭔가 있어 보였고, 사회에 나와 그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은 물론 그런 생각을 1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때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먼 미래를 준비하며 사는 편은 아니다. 지극히 현재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의 이름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는 뜻이다. 내가 그렇다. 갖고 싶은 것들이 전혀 없이 무소유의 삶의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애장하는 책과 음악 CD 정도를 제외하면, 명품에 대한 욕망도, 자동차나 집에 대한 큰 야망 같은 것도 없다. 이런 것도 현재를 중시하는 삶에 기여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읽는지 생각을 해봤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런 것 같다. 내가 갖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아내나 아이들은 갖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가장이다. 꼭 가장이 금전적인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이 꼭 남자의 역할도 아니지만, 나는 그런 면에서 꼰대인듯 하다. 나는 가장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인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거시경제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경제학을 여전히 좋아해서 거시경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러다 작년부터 근무 분야가 금융쪽으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거시의 한 분야라고 생각했던 금융은 전혀 다른 분야였고, 어려웠다. 거의 모든 생활에서 자잘하게 신경쓰이는 것들을 싫어한다. 회계학이나 미시경제학을 계속 공부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금융도 내가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것들을 담고 있다. 그동안은 신경 쓰지 않거나 대충하면 되었던 것들을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연금이다. 사회에 나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사실 보험 가입이 아닌, 국민연금 납부였다. 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 주는 부분이라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경을 쓴다 한들 바뀔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다 퇴직연금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고, 여름에 뵌 교수님들은 IRP 이야기를 하셨다. 뭐 알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없었고, 갑자기 내 미래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미래를 아무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죄책감이 밀려 들었다.

 

  서론이 무지 무지 길었지만, 그렇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연금 관련된 책으로 유명한 책이었다. 자산배분, 특히나 올웨더 투자 방법은 예전에 김단테님이나 레이달리오님의 책을 통해 접했던 터였다. 연금 준비를 ETF를 통해 올웨더 방식으로 자산배분 하라는 내용이 주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연금임을 감안하여 투자의 창구로 연금저축이나 IRP, ISA 계좌를 이용한다면 절세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잘 알겠는데, 그런데 뭐라 그럴까. 그렇게 내용들이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두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먼저, 이 책은 크게 파트가 2개로 나뉜다. 파트 1은 금융 상식을 이야기 하면서 연금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하는 것 같다. 좋은 시도이긴 한데,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다. 그래서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나와, 하는 생각이 파트 1을 읽는 내내 떠나질 않는다. 투자를 위해서는 필요한 내용들이지만, 파트 2에서 실무적인 투자 방법 설명과 함께 파트 1의 내용을 예시로 전달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편집이다. 요즘 책들은 왠만하면 가독성이 높게 편집이 되어 있어 읽으면서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글이 너무 이상하거나 잦은 오탈자 등은 편집보다는 저자의 글쓰기가 문제일 테지만, 이 책은 글쓰기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단락이나 챕터 구성 등의 편집이 보다 좀 잘 이루어졌다면 가독성 측면에서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연금을 막 공부해보려는 초보에게는 많은 정보들이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이 왜 연금분야에서 많이 팔리는 책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도움을 받은 정보들을 통해 조금은 미래를 더 계획적으로 준비해 볼 생각이다. 시작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 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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