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블루데이북>,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green_rain 2018. 12. 17. 15:27
728x90
반응형


  서울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대형 서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울에 와서 '종로서적'을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새록 새록 난다. 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전 우리집은 서울로 이사를 왔고, 시내라고 불리던 종로는 어느 놀이동산 부럽지 않은 곳이 되었다. 그 시절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새로 생긴 반디앤루니스까지... 서점은 물론,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 내게 종로는 심심할 겨를이 없는 곳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피맛골도 종로가 좋은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말이다.

  그 시절엔 거의 1주일에 1~2번은 종로에 나갔었던 것 같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서점을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을 둘러 보면서 말이다. 이 책이 그 시절 한 켠에 베스트셀러 칸에 있었던 기억이 났다. 주말에 아이와 처가댁에서 보내다, 처가의 서재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그 시절 생각이 새록 새록 났다. 짧은 내용이라 분명 그 시절에도 서점에서 한 번은 보았을 것 같은데, 책 표지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아마도 기억의 많은 부분이 표지에서 나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는 부제처럼 우울한 날들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 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페이지에 거의 한 줄정도의 짧은 글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그 글에 맞는 동물들의 다양한 사진이 있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다. 글에다가 동물들의 사진을 맞춘 것인지, 동물들의 사진에 글을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동물들도 우울한 날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하는 동물이니까 감정들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동물들이 우울한 경우가 있다면 사람들보다 그 감정이 길게 이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찬가지로 함께 들었다. 우울한 생각들과 감정들은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동물들의 관계가 인간의 그것과는 조금 단순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때 동물의 왕국 좀 잘 챙겨 볼 걸 그랬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