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내가 읽은 책과 세상>, 김훈

green_rain 2019. 1. 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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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다른 사람들이 읽은 책들이 궁금해진다. 책들에서 내가 읽은 책들을 만나게 되면 느낌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느낌 공유를 못하게 되더라도, 읽어 보고 싶은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다. 유시민 선생님의 <청춘의 독서>가 그랬고, 마찬가지 이유로 문유석님의 <쾌락독서>를 구입해 두었고, <대한민국 독서사>도 독서 예정 목록에 올려 두었다. 그러다가 이 책까지 왔다. 이 책은 형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래전 형 집에서 이 책을 본 기억이 났다.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인터넷 서점들에서는 절판된 곳이 많았다. 어떻게 새 책을 구하긴 했다. 구해서 받아보니 시에 관한 책이었다. 나는 시를 잘 읽지 못한다. 그런 나와 달리 형은 시를 좋아했다. 똑같이 책을 좋아해서 서로의 책장에서 부러워하는 책들이 있곤 했지만, 각자의 책장에서 가장 많이 차지했던 책들은 서로 달랐었다. 지금은 곁에 없는 형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문재 시인의 김훈 선생님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리움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나에게도 이 책은 사무치게 형이 그리워지게 하는 책이 되었다.

  김훈 선생님은 형과 내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다. 나보다는 형이 더 좋아할 것 같다. 형은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애독했다. 나는 좋아하는 작품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 <칼의 노래>가 인기있던 시절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선생님이 사인회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몇 권의 책을 챙겨 가 사인을 받고 왔다. 형은 그 책들을 부러워 했었다. 무슨 욕심이었는지, 형이 가진 같은 책들과 바꾸지 않았었다. 아쉽다.

  이 책은 시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나와는 접점이 더더욱 많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글은 짧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의 강렬함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김훈 선생님의 작품들 중 좋아하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책은 호흡이 길다. 단문이 아니다. 문단의 길이도 길다. 시에 관한 책이다. 시들은 대부분 단문이다. 짧은 단문들의 시와 대조를 이루기 위함인지 모르겠고, 짧은 단문의 시에 비해서 선생님의 글이 길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형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형이 읽었던 그 많은 책들에 대한 느낌들을 나처럼 어딘가에 적어 두었더라면,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형이 보고 싶고, 보고 싶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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