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Parenting

<하루 5분 엄마의 언어 자극>, 장재진

green_rain 2020. 3.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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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장면인줄 알았다. 결혼은 행복한 것이고, 난 그 행복한 결혼을 빨리 이루고 싶었다. 37살의 결혼. 빠른 결혼은 아니었다.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늦은 결혼이었다. 39살엔 아빠가 되었다. 친구들 중에는 이미 초등학생의 학부형도 있었다. 내 예상보다는 늦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이었고, 아이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만만하게 생각한 것은 육아였다. 육아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고, 생각한 대로 되지도 않았다. 많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아내에게는 늘 항상 고맙고 미안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았던가.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육아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은연 중에 육아의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로 전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육아가 현실이 되면서, 결혼 전 2명을 낳아 잘 살아 보겠다는 나의 계획도 변화가 생겼다. 내 나이도 있었지만, 체력적인 한계와 일과 육아의 병행, 육아에 대한 자신감 저하 등도 둘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었다.

 

  그래도 둘째를 낳았다. 무섭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또 너무 자신했었나 보다. 6개월된 둘째와 5살의 첫째. 육아는 또 다시 나의 예상과는 다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육아에서 가장 크게 힘들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내 시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친구들 만나서 술 한 잔? 꿈같은 이야기다. 언제였었는지 기억도 없다. 첫째는 첫 육아라 모르고 지나갔었던 일들이 많았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거니 하면서, 좋아하는 독서라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데 우리 예쁜 둘째는 잠이 없다. 안아줘도 운다. 아기띠하고 걸어다니면서 책이라도 봐야겠다는 야무진 꿈도 부서졌다.

 

  누가 둘째는 발로 키운다고 했다. 그래, 첫째도 신경을 써야 하다보니 첫째만큼 둘째를 세심하게 케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울 공주님에게 미안한 순간이다. 그런데 내리사랑이라고, 그리고 남자인 첫째보다 더 아기이고 딸인 둘째를 더 사랑스런 눈빛으로 보게 된다. 아내가 달라지는 나의 눈빛을 확인해줬다. 첫째도 아이인데, 첫째에게 같은 남자라고 너무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닐까, 미안해졌다. 이래저래 아빠의 육아는 미안함의 연속이다.

 

  서두가 길었다. 이 책은 그 미안함 속에서 읽게 되었다. 언어 자극이 꼭 엄마만 해야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아빠에게는 첫째에게 아빠의 언어 자극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다행이도 이 책은 나의 고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월령별로 필요한 대표적인 언어 자극들이 소개되어 있다. 언어 자극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대단한 말들이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런 표현들은 아니다. 몸이 피곤하고 여유가 없는 자신의 삶에 지쳐서 아이들에게 순간 순간 짜증을 내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었다.

 

  출생부터 60개월 이상까지 1년 단위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해당되는 월령챕터를 집중해서 읽었다. 둘째의 월령이 아직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많은 표현들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가장 좋았던 표현은 '네가 태어나서 엄마는 행복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둘째가 잠이 없다. 첫째도 밤에 재우기가 힘들었는데, 우리 따님은 새벽에도 여러번 깬다. 첫째때도 밤중 수유 때 일어나는 일이 가장 힘들었었는데 말이다. 새벽에 깨서 우는 아이를 안고 재우는 일은 누가 하더라도 힘든 일일 것이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우리 딸이지만, 너무 힘든 날은 있다. '네가 태어나서 엄마는 행복해'라는 글을 보고 반성했다. 이 글을 보고 나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는 아이를 안고 이야기를 한다. '잘 잘 수 있어', '아빠는 그래도 네가 이뻐, 잘 자자' 하고 말이다.

 

  그 다음 우리 첫째. 말이 일찍 트여서 그런지 여전히 또래 보다 언어적인 측면은 발달해 있다. 자주 자주 예상치도 못한 단어나 표현으로 즐거움을 주는 아이다. 답답한 것을 못 보는 내 성격에, '빨리 빨리'를 입에 자주 달고, 많은 것들을 대신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선택을 잘 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이 해볼까?'다. '먼저 해보고 안되면 같이 해보자'도 좋았다. 첫째도 여전히 아이인데, 너무 한 번에 어른스러워지길 바랬었던 같아서 미안해진다.

 

  함께 하는 육아에서 아빠인 나의 역할도 많이 중요해졌다. 줄여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 힘든 순간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표현하고 있다. 힘든 것들은 거의 대부분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든 것들이고, 내 감정이다. 나의 안 좋은 감정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나와 같은 고민은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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