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좀 방황을 했었는데, 고 3때 허리가 아팠다. 허리보다는 왼쪽 허벅지 뒤쪽부터 종아리로 통증이 나타났다. 허리는 옆으로 살짝 굽었었다. 수능을 마치고 허리 수술을 받았다.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의사선생님 말씀은 MRI 사진을 보자마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릴때였다. 대학병원의 유명한 의사선생님 말씀을 어떻게 안 들을 수 있었겠는가. 수술은 잘 되었고, 허리도 아프지 않았고, 굽은 허리도 일자가 되었고, 다리쪽 통증도 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가끔씩 심하게 허리 통증을 앓을 떄가 있다. 허리도 잘 펴지 못할 뿐더라 그때 그때 다르지만, 허리 외에 다른 부분들의 통증이 심했다. 그때마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물리치료를 받고 나면 통증은 다시 사라졌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그 통증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운동을 지속할 때는 주기도 좀 길어지는 것 같았는데, 요즘처럼 운동을 하지 못할 때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기도 짧아짐을 몸이 느낀다. 최근 병원을 찾으면 주사를 권한다. 간단하게 근육 이완제를 엉덩이에 놔주는 경우도 있지만, 허리에 직접 조영술을 받을 때가 많다. 그래도 받고 나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운동 부족이라고만 생각했다.
나와 같은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 광고 메일 속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 내용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내 허리는 운동 부족이 맞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잘못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 수술이 꼭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 같고, 최근에 몇 번 받았던 조영술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이 나의 통증 주기를 더 짧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허리 통증과 허리 디스크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상식과 잘못된 운동으로 허리를 아프게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이 책이 꼭 정답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허리 통증 유경험자로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자료들과 의견들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이미 잘못된 방식으로 40년 넘게 살아왔다. 100년 허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운동들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다가오는 통증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다 종국에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허리 통증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죽을 것 같이 아프지는 않아도 상당히 짜증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신경도 예민해지고 말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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