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멋있었다. '매일 쳐내는 일에서 벗어나 진짜 내 일을 완성하는 법'. 책 제목이기도 한 '빅 워크'가 부제에 나오는 '진짜 내 일'을 의미한다. 내 책상엔 책들이 쌓여 있다. 그 책들 중에 '진짜 내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쳐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할 때 지원한 이유였다. 매일 쳐내야 하는 일들에서 벗어나 진짜 내 일을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자기계발서들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요즘의 자기계발서들은 진화했다. 두루뭉술한 해결책들은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들도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썩 와 닿지 않는다. 그저 유혹에 현혹되었다는 느낌만 남았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매일 쳐내야 하는 일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들로 우선순위 충돌, 생각 쓰레기, 현실성 없는 계획, 부족한 자원, 손발이 안 맞는 팀의 다섯 가지 장애물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대해, 빅 워크를 현실로 만드는 다섯 가지 핵심 열쇠로 의도, 인식, 한계, 용기, 훈련을 제안한다. 각각의 문제점들을 다섯 가지 핵심 열쇠들을 조합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름 체계적인 조언처럼 보인다.
그런데 디테일이 부족해 보인다. 즉, 어떻게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좋은 말들을 약간만 풀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1부에서 정리된 내용들을 2부에서 프로젝트로 연결하고 마지막 3부에서 실천하도록 나름 체계적인 순서였으나, 현실에 각자가 녹여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 직접 입에다 떠 먹여줘야 속이 시원한거냐, 하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제안을 했으니, 적용은 독자의 몫이라고 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처음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가 있다. 정말 세세하게 하나하나 따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전까지는 그 정도 모르냐는 말이 무서워 기초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어려운 용어들만 있어야 좋은 책인 것처럼 대부분의 컴퓨터 서적들이 초보들에게는 어려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관련 서적 어느 책을 봐도 따라하면서 하도록 되어 있다. 한 책이 가져온 변화다.
내가 <빅 워크>를 잘 못 읽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제에 이끌려 책을 읽었는데, 읽은 후에 부제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더 자세하게는 제안된 열쇠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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