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선생님 책들을 리뷰할 때마다 선생님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었으니, 이번 책에서는 생략하자. 선생님의 소설집인 <저만치 혼자서>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장편소설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설 주기를 봤을때 꽤 빠른편인것 같다. 독자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말이다.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하며 읽었다. 또 얼마 전에 광복절도 있었고 말이다. 선생님 소설들 중에서 가장 몰입감 있게 읽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책의 제목이 의아했다. 왜 '하얼빈'일까.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칼'과 '현'이 주는 상징성이 있었다. <남한산성>도 그 공간의 중요성이 있었다. 다만, '하얼빈'은 그 상징성이나 중요성이 다른 소설보다는 덜했다고나 할까. 책을 읽고나서 제목에 대한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담담'하다는 것이다. 그 담담함의 연장선상에서 '하얼빈'이라는 제목은 잘 어울렸다. 이 책은 안중근의 이야기이다. 이토를 저격한 장소인 하얼빈이 주요 장소이고 말이다. 상징성과 중요성 모두 충족하기는 하나, 뭔가 부족했던 것 같은 느낌은 '담담함' 안에서 사그러졌다.
이 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웅 서사를 그리듯 다루지는 않는다. 짧게 이루어지는 문장들처럼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특히 누구나가 클라이맥스라고 여길 이토의 저격장면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장대하지도 장엄하지도 웅대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들이 더욱 그 행동들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복거일님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다.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실패로 끝난 후 일본의 지배를 받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도 있었다.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시간의 문을 통해 하얼빈으로 돌아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성공하도록 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던 것 같다. 원작 소설이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동안 역사 속의 일들을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독립운동에 경중이 있겠냐마는, 경중을 떠나서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생각을 해 왔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안중근 의사의 나이는 31살이었다고 한다. 나의 30대 시작은 어떠했는가. 시대가 그러했기에 세상과 몸으로 부딪혔어야 했던 것일까. 그 시절 나의 고뇌는 무엇이었을까. 내 삶의 여정은 어떠한 것일까.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감히 비교라니. 그저 내 삶이 단단해지길, 담담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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