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청춘의 독서>, 유시민

green_rain 2018. 6. 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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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가보다는 처가가 더 가깝다. 출산 이후 처가집에서 1년 넘게 지냈다. 지금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많은 감사를 드린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처가집에 가는 편이다. 아이와 둘만 처가집에 있을 때는 서재에 자주 가는 편이다. 아이가 책꽂이에서 책을 빼는 걸 좋아한다. 아이와 같이 앉아서 책을 조금씩 보다 보면, 아이는 금방 실증을 내며 이내 다시 꽂아 놓은 책들을 빼는 일에만 더 흥미를 보이곤 한다. 그래도 책을 빼는 아이 곁에서 책을 다시 꽂다보면 시간이 잘 가곤 한다.

  그러다 문득 책꽂이의 책들이 어떤 책들인지 보게 되었다. 처형의 전공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그쪽은 참 다양한 책들이 있다. 아내와 나는 전공이 같다. 아내의 책들은 이미 집으로 옮겼더랬다. 처남의 전공과 관련된 서적들도 보였다. 그외에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있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TV에 나오시면서 더 유명해졌지만, 과거에도 유명하셨던 유시민 선생님의 책이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을때, 잠깐 읽기 시작했는데 이내 빠져들었다. TV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글도 잘 쓰시고, 이야기에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 논리가 있었다. 아이와 다시 놀기 시작하며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집으로 들고와 버렸다.

  논리는 중요하다. 난 좀 산만한 편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말을 하다보면 내가 무슨 말을 떠들고 있는지,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문장이 논리적이지 못하니, 글을 쓰는 것도, 쓴 글을 읽는 것도 어렵고, 재미가 없다. 그런 면에서 논리는 중요한데, 유시민 선생님의 글은 말처럼 논리적이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이 책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청준의 나이에 있는 딸에게 전하는 책이다. 14권의 책들을 소개하며, 이 책들이 젊은 시절 저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며,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의 감정을 적고 있다. 소개되는 책들은 물론 저자가 청춘의 시기에 읽었던 책들인만큼 고전들이다. 제목은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책들일 것이다. 아니면 처음 소개받는 책들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나는 청춘일때 어떤 책들을 읽었었던가' 였다. 

  누구는 젊은 시절 이런 책들을 읽으며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 텐데, 나는 젊은 시절에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던 것일까. 내가 살아온 과거에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살짝 부끄러워 지기도 한다. 교과서도 보기 싫었던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신경숙 선생님의 <외딴방>이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부터 였다. 왜 그렇게 그 소설에 빠져 들었었는지 모르겠지만, 읽고 나서의 그 먹먹한 감점을 잊을 수가 없었다. 책이란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던것 같다.

  독서력이 짧아 아직도 어려운 책들은 이해하기 힘들고, 읽는다고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읽은 책들에 대해 이렇게 나마 흔적을 남겨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전체적인 서평이 아닌 구절구절에 본인의 생각들을 적어 두셨다. 정민 선생님이 다산의 독서법을 소개하면서 보았던 방법인데, 좋은 방법인것 같다. 나의 독서도 이제는 그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개한 책들 중에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챕터를 특히 더 재미있게 보았다. 저자가 말하는 부분들과 내가 가진 생각들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함을 느꼈다. 꼭 한번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독서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다. 아직은 젊다면 젊은 나이다. 누가 들으면 청춘까지는 무리가 있겠지만, 지금의 독서도 청춘때의 독서만큼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은 나이에 왜 그 나이에 그런 책들을 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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