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Music

<한국 팝의 고고학 1990: 상상과 우상>,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green_rain 2022. 11.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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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이 큰 것일까. 1990년대로 오면서 모르는 가수보다는 아는 가수들이 많아졌고, 모르는 노래들보다는 아는 노래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1960년대나 1970년대, 1980년대와 비교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용은 산만했으며 지루했다. 이후의 모든 내용은 앞선 1960~1980년대의 이야기들과만 비교한 감정임을 밝혀둔다.

 

  우선 '고고학'이라는 의미가 1990년대로 오면서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1960년대로 첫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 책에 '고고학'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 뭐,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뭔가 발굴(?)되는 느낌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그래? 그랬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둘째, 내용이 산만해 졌다고 해야 하나. '고고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분류를 통해 정리를 해 나가는 것일텐데, 분류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1980년대는 장소와 음악을 분류하여 정리된 느낌이 있었다면, 1990년대는 그런 느낌도 없을 뿐더러 간혹 억지스럽게 분류를 시도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굳이 장소로 분류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꼭 장소가 아니더라도, 어떤 기준이 없이 그냥 나열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음악의 장르적인 측면으로 챕터가 구분된 느낌은 있으나, 그마저도 희미해지는 느낌이어서 전체적으로 내용이 산만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글의 함축성이다. 노래 가사나 제목을 이용한 문장들이 많이 있었는데, 노래 가사나 제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서술 방식인 것 같다. 자주 등장하는 '그 때의 일'이라던가 '그 사건' 등으로 표현된 문장들은 '그 일'과 '그 사건'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답답함을 줄 뿐이었다. 서술되면 안되는 '일'과 '사건'이었다면 다르게 서술을 이어가든지 설명이 보태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이 나름 배경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단순히 음악이 좋아 음악만 듣던 독자들이 그 배경지식을 넓히기 위해 읽는 것이라면 궁금증과 답답함만 더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4권의 시리즈가 나름 두꺼움을 자랑하는 책들이기에 1990년대까지 모두 읽고 나서는 나름 뿌듯함도 있었다. 이 두꺼운 책들을 그래도 꾸준히 읽게 된 데에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더해 책이 주는 재미도 분명히 한 몫 했을 것이다. 마지막 권에서 느낀 실망감들은 나름 앞의 3권에 대한 재미에 못 미치는 기대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좋은 시리즈였고,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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