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고 사고를 당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오토바이라는 이동수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이다. 배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때 처음 오토바이를 탔다. 125cc 이상의 커다란 오토바이가 갖고 싶었지만, 내가 탔던 오토바이는 100cc로, 갖고 싶었던 것과 비교해서는 작은 오토바이였다. 그래도 무게는 상당했는데, 주차를 하다 넘어지는 오토바이를 잡았는데 다시 세우기는 커녕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같이 넘어졌다. 빗길은 또 어떤가. 빗길에서 넘어진 이후로는 조금은 조심히 탔지만, 그래도 한번 넘어진 이후로는 조금 겁을 먹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헬멧은 꼭 착용하고 탔는데, 겨울, 그것도 겨울밤에는 무조건 오토바이를 안 타는 게 맞는 것 같다. 헬멧으로 한번 가려진 눈에 살짝 언 길은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다시 미끄러졌고, 오토바이를 다시 타는 일은 없었다.
하니포터의 3월 도서 중에서 이 책을 읽게된 배경은 아무래도 오토바이를 타 본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육아를 핑계로 왠만하면 집에서 해 먹고자 하던 의지가 꺽였다. 배달 음식을 먹는 횟수도 당연히 증가했다. 항상 배달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는 하지만, 길에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배달라이더들을 볼 때면, 음식을 받을때의 감사는 사라지고 만다. 오토바이 사고의 경험자로서 왜 저렇게까지 운전을 하는가 싶다가도,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면 왜 내 음식은 항상 늦게 오는가가 떠오르며, 라이더분들도 고충은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그런 고충이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라이더들이 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과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순히 배달이 늦을 경우의 컴플레인 혹은 반품에 대한 고충이 아닌, 배달 건당 수입이 좌우되는 환경과 거기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적인 요구나 변화에 대한 외침 대신 사고 이전 단계를 미리 준비해야 된다고 언급하는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면허증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토바이는 면허증 없이도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는 것에 한정된다. 탈 줄 아는 것과 잘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지만, 오토바이든 자동차든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에서도 사전적으로 그 부분부터 이야기되는 것에 반가웠다.
배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장벽이 너무 높고 견고하여 시장 자체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시장이 너무 개방적이어서 들고 나가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종의 한계를 정해두는 것은 어디에나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산재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의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산재의 신청은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꼭 배달라이더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아무 불편함없이 산재라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Books > Current Ev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0) | 2023.06.04 |
---|---|
<엄마도 페미야?>, 강준만 (0) | 2022.08.22 |
<EBS 지식채널 ⓔ X 생각의 힘>, 지식채널ⓔ 제작팀 (0) | 2021.12.20 |
<위기의 징조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0) | 2021.04.20 |
<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0) | 2021.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