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겨레출판의 서평단 모임인 하니포터로 만나게 되었다. 하니포터는 매달 한겨레에서 출판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서 읽을 수 있는 모임이자 독서 클럽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강제성 없이, 원하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5월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책은 이 책이었다. 무엇보다 르포르타주 형식이라는 점과 그 형식에 어울리는 제목이 강렬했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너무 인상깊었던 책이기에 그 책이 떠오르며 이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4천원 인생>과 형식과 내용 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비교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은 배경이 달랐다. 국내와 외국, 정확히는 미국과는 노동 현장이 비슷한 면보다 다른 점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외국 노동자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경험의 부족이랄까. 공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커다란 부분의 공감까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어느 사회이든 환상을 갖게 되는데, 그 환상은 지극히 한 부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조그만 한 부분의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다른 부분들은 모두 음지가 된다. 그 음지에서 비롯되는 많은 부분들을 우리가 세세히 알 수는 없다. 더군다나 외국이라면 말이다.
이 책은 사회의 어두운 면에 위치한 노동 현장을 세세하게 비추며 그 구조의 취약한 측면들을 알려주고 있다. 르포르타주의 형식이 주는 생생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 현실들과 마주하는 순간, 내가 갖고 있던 환상들은 깨어진다. 깨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너지고 부서진다. 무서워진다. 삶이 무거워지는 것을 넘어서 고달프고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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