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코로나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운동이든 항상 귀찮을 뿐이다. 달리기를 안 한지 오래되었다. 작년에 며칠 주말 아침에 일어나 뛰어 보기는 했었지만, 육아를 핑계로 그 며칠도 며칠로 끝나버렸다. 달리기든 어떤 운동이든 꾸준함과 성실함이 수반되어야 빛을 본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많이 있지는 않다. 특히나 음악에 관한 책들에서는 말이다. 하루키가 엄청난 음악광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특히나 재즈와 클래식에 조예가 깊어 관련한 책들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몇 권 읽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아 있진 않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클래식에 관한 책에 관해서도 말이다.
달리기에도 관심이 많고 즐겨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은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마니아'인줄은 몰랐다. 아니, 내 기준에서는 선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달리기도 그렇게 규칙적이고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니, 흔한 말로 respec이다. 완전 리스펙!!
이 책은 달리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달리기란, 달리기의 효과란, 나란 인간이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가만, 달리면서 생각을 안한다고 했는데? 달린 이후의 생각들인가...... 아니다, 달리면서 어떤 생각이든 생각은 한다. 글에 등장하는 것처럼, 초반엔 자신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스스로 체크하며 새로운 기록을 예상해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내가 달리고 있는지 고통 속에서 후회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도착점을 통과하면 다음 달리기를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생각이 같을까, 러너들은 몸뿐만이 아니라, 적어도 달리는 순간만큼은 생각마저 닮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본업인 소설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있는데, 달리기가 아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의아했지만, 그래서 재밌었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고 달리기 이야기만 적혀 있으라는 법은 없잖은가.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몸의 단련 수단일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부분이었다. 음악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소개되는 음악이 달릴 때 듣는 음악일 수도 있고, 생각나는 음악일 수도 있다. 그 음악에 대한 부분들이 짧아도, 길어도 좋았다. 챕터마다 기대되는 부분들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해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몸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아내의 말처럼,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만 하는 나이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년 1번씩이라도 마라톤에 나가야 겠다는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1번씩이라도 30분 이상 뛰고 싶다. 느리더라도,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고 싶다. 느리더라도, 적어도 끝까지 달리는 인생이고 싶다.
'Books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손미나 (0) | 2023.06.16 |
---|---|
<가장 밝은 검정으로>, 류한경 (0) | 2023.06.12 |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케이트 서머스케일 (0) | 2023.05.15 |
<지구를 쓰다가>, 최우리 (0) | 2023.04.26 |
<사는 마음>, 이다희 (0) | 202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