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케이트 서머스케일

green_rain 2023. 5. 1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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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제목을 잘 봤어야 했다. 이 책은 사전이었다. '공포'와 '광기'라는 두 단어에 이끌려 서평단에 신청을 한 것이었는데... '사전'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말았다. 무언가 시선을 끈 단어가 어떤 생각들로 무수히 연결될 때가 있다. '공포'와 '광기'라는 단어가 그랬다. 두 단어 외에는 다른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책 내용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99가지 사례로 등장하는 '공포'와 '광기'에 대한 좋은 책이다. 다만, 내가 지레짐작으로 유추했었던 책이 아니었을 뿐이다. 제목의 두 단어만 보고서 이어졌었던 생각들은 요즘 시대의 '공포'와 '광기'에 대해서였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해가지만, '공포'와 '광기'도 함께 변해왔다는 생각들이 자꾸 사고를 확장해 나갔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었던(바라고 원했던) 내용들은 현대 사회에서의 '공포'와 '광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극은 그 강도가 더 심해져야만 자극으로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포'와 '광기'도 그런 측면에서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누적이 되어있을 것이다. 어지간한 '공포'와 '광기'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아직 그런 강도에 적응을 하지 못한 듯 하다.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고, 무서운 것도 많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자리하고 있는 '공포'와 '광기'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극복할 수 방법들을 제시해 나가며 서술되고 있다. 내가 상상했던 '공포'와 '광기'가 단지 무섭고 두려운 것들로 한정된 것도 아니다. 이런 것이 '공포'와 '광기'에 속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에 이미 나도 속해 있는 것들을 느낄때면 조금은 불안해 지기도 하지만, 나에 대해 뭔가를 새롭게 알게 된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지금은 혼자 있는게 편했지만, 젊은 어느 시절의 나는 '고독'에 대한 공포가 있었으며, 내 마음 어느 한 곳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갖고 있었을 것 같고, '자기우월광'은 지금도 여전히 어느 정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부자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책과 음반을 수집하는 '수집광'적인 모습과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하는 '저장광'의 모습 또한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부분들을 치료를 요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문득 문득 내 모습이 투영되곤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은 또 찾지 못하겠다(자신에게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덜해진 부분들과 더해진 부분들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그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 그것을 알아간다면, 내 삶이 조금은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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