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봤을때는 당연히 '쓰다'가 'use'의 의미인줄 알았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하게, 지구를 인간이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불편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이 머리 속에 있었던 듯 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저 '쓰다'는 '사용'의 의미가 강했다. 리뷰를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책 표지를 보게 되었다. 아니 아마도 책을 받아서 가장 먼저 표지를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제서야 표지와 '쓰다'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일까. '쓰다'를 'use'가 아닌 'wear'의 의미로 표지가 디자인 되어 있다. 게다가 지구는 웃는 얼굴이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맞다. 4월이 마무리되어 가는 요즘의 날씨는 하루 하루가 다르다. 며칠 전 더위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오늘은 바람도 차고, 날씨도 기온에 비해 춥게 느껴진다. 며칠 전까지 시커먼 알림이 반복되던 미세먼지의 날들이 이어졌다. 무서웠다. 코로나19의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니었지만, 나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기가 두렵다. 펜데믹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렵움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날씨 때문이다.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기후 및 환경 관련 기자다. 전문적으로 관련 지식들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전문가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글이 침착하다. 뜨겁거나 냉철한 느낌의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지 않은 느낌이다. 말이 안되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글이 차분하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딱딱한 것도 아니다. 뭔가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에는 어설픈 느낌이지만, 그래서 풋풋하며, 억지스러움도 없다. 인위적인 느낌이 없어서 좋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기후와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만, 기후나 환경 등과 관련된 더 넓은 무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다만, 글이 빨리 읽히지 않았다. 어렵지 않고, 글이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읽는데 속도가 붙지 않았다. 희한한 경험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표지를 한참 보며 책의 내용을 다시 돌아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에서 사용한다는 의미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왜 표지에 모자를 쓰듯 지구를 쓰는 삽화를 넣었을까. 단순히 사용하다는 의미를 시각화하기보다 이 편이 편했기 떄문일까. 아무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제목에서 다른 이미지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표지를 보고 내용을 다시 돌아 보았을때, 내용의 무게가 달라졌다. 'use' 보다는 'wear'에 의미를 두었을 때 환경에 대한 무게감을 더 깊고 무겁게 전달받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표지를 이미지로 머리 속에 간직하고 책을 읽는다면 책의 내용이 더 와 닿을 것 같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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