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에 대한 이야기만큼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많지 않지만, 성(性)에 대한 이야기만큼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비교적 안전하게'라고 설명한 것은, 역사와 미술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유명하면서 예술가, 정치가, 장군 등등의 위인(?)이면 더 좋다)의 이야기라면 서술하기가 편하다. 그 유명한 사람도 과거에 이랬다, 라고 하면 꽤 안전하다. 또한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과 달리, 미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누드나 성(性)과 관련된 그림들은 예술로 받아들인다. 이 책이 '비교적 안전하게' 서술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다.
성(性)에 대한 이야기들이 왜 음지에서 부끄러워할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밝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다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제목도 성 '문화'이다. 하나의 문화로써 받아들이고 이야기되면 좋을 것 같다. 범죄가 나쁜 것이지, 문화 자체가 나쁠 것이 무엇이겠는가. 정치,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없다. 그 안에서 악용되는 범죄들이 나쁜 것이다.
이 책은 역사 속에 나타나는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으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했다고 한다. 역사 속 이야기 이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수도 있다. 역사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옛날 이야기 듣듯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 아닌가. 지루하지 않다. 다만, 제목에 붙어 있는 '사색'의 시간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제목의 사색은 '史色'으로, 내가 말하는 '思索'과는 다르다. 책을 읽고 思索하는 것을 좋아한다. 思索을 하게 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모든 책들이 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은 제목에 동음어가 있었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만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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