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istory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마틴 푸크너

green_rain 2024. 8.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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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별 흥미가 없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연대를 외워야 하는 시험의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사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이야기 듣듯이 재미있게 수업 듣고 책을 읽었을 것 같은데, 영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일까, 독서를 좋아하게 되면서 역사 관련 책들을 보게 되는 이유말이다.

 

  이 책은 특별히 소개받은 책도, 저자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명(?)하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한동안 자주 이 책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culture'와 '문화'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좋았다. 뭔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형식이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다를 것 같았다. 기대가 된다.

 

  책이 얇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꺼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두껍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용이 글자들로만 빼곡하게 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책을 딱 받으면, 막 읽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은 없다. 한가지 더 말을 보태면, 이건 출판사에게 전하는 말이 될 것 같은데, 책이 좀 꼼꼼하고 단단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택배로 책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바라는 일이 뽑기 운이다. 책마다 제본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분 나쁜 순간이 책이 갈라지는 일이다. 이 책이 그랬다. 내가 책을 험하게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심지어 어디 가지고 다니면서 보는 일도 흔치 않다. 회사에서, 집에서 보는 책도 그래서 다르다. 책을 받을 때 꼼꼼하게 살피고 교환하면 되지 않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귀찮다. 그래서 왠만하면 그냥 보려고 하는데, 막상 책을 읽는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다 내 귀찮음이 만든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만들 때 조금 더 잘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나같은 귀찮은 사람들의 짜증도 줄고, 자원 낭비도 덜할 듯 싶다. 좋은 책이 더 좋아지게 만드는 데도 한 몫 할 것 같고 말이다.

 

  책 리뷰인데 서론이 길었다. 빡빡해 보이지만 내용은 좋다. 재밌다. 잘 읽힌다.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시는 것 같고, 번역도 잘 되어 있다. 지루할 것 같지만, 다양한 역사적 내용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관점에서 잘 서술하고 있다. 문화라는 카테고리가 워낙 넓다보니, 제목이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카테고리적 영역은 '문화 >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세계사로 쓴 문화'가 이 책을 더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일본 미술과 중국의 불교 등 역사, 미술, 종교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문화라는 매체로 전달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밌게 잘 쓰여져 전달되고 있음에도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지금까지 보아온 역사 관련 책들과 다르다는 데 있다. 물론 그 다름이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라는 점은 인정한다. 근데 뭔가 계속 아쉽게 다가온 부분은 바로 수록된 사진과 관려된 부분이다. 수록된 자료들이 조금 더 다양하게 제시되었다면 한결 좋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역사 관련 서적들에서 본 자료들이 나에게는 큰 재미였기 때문이다. 이 책도 수록된 사진 자료들이 없지 않으나,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 부분이 이 책이 빡빡하게 느껴진 이유도 될 것 같다. 흑백이지만 수록된 자료들은 이야기에 생동감을 주었는데, 다소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읽는 내내 아쉬웠다. 특히 13장 중간에 어이없이 다섯 장 분량의 사진들이 칼라로 수록되어 있는데, 맨 앞이나 뒤도 아니고 생뚱맞았다. 이 그림들이 해당하는 챕터에 들어 갔더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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