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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님의 소설들을 좋아했었다. 처음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외딴방>을 읽었을 때의 느낌때문이었다. 신경숙님의 소설들을 찾아 읽었고, 발매되는 책들은 모두 구입해서 읽었다. 그러다 은희경, 공지영, 박완서 선생님들의 소설을 알게 되었다. 황석영, 김영하, 김연수 선생님들의 소설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소설이라는 장르가 나의 독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고, 현재까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신경숙님의 표절이야기가 나왔다. 기사들로 접한 소식은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책을 별로 읽지 않던 와이프가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아니냐며 기사 이야기를 꺼냈던 걸 보면, 그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전부터 소설이 나의 독서에서 비중이 줄어들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충격이 소설이 조금 더 내 독서의 후순위로 밀려나는데 영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이유를 찾아 보자면 말이다.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어느 순간 소설의 모호함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표현되는 하나 하나에 감정이 이입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모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한강님도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 예전에 <채식주의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표현되는 문장들하며 서사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 대단했었다. 역시 그 소설로 정말 큰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희랍어 시간>은 한강님의 소설 중에서 두번째로 읽은 소설이다. 소설에 공감을 갖고 있던 시절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든 소설이었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책 뒷 표지에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이 책의 줄거리이다. 서사는 각각의 삶을 살아오던 여자의 남자의 이야기가 현재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장편 소설이지만, 20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소설이다. 그런데 읽고 나서도 난 여전히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의 목적도 잘 모르겠고, 표현들도 어렵기만 하다. 예를 들면, '죽음과 소멸의 이데아', '동그란 삼각형' 같은 것들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소설이 내게서 멀어지는 이유가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뜻모를 은유가 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그냥 이유를 찾다 보니까, 내가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생각할 것들과 고민들이 많다. 생각을 싫어하는 내가 소설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은유 같은 것 없이 사실과 의견들만 적힌 책들을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제는 다시 소설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내가 나다움에서 좀 변했다는 생각을 여러 방면에서 확인한다. 그게 소설을 읽지 않게 된 것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상관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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