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버 활동의 두번째 미션은 '시'다. 수록된 시 중 한 작품을 골라 가장 좋았던 문장을 소개하는 미션. 12명 시인의 각 2편씩 2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내가 아는 시인이라곤 곽재구 시인 뿐이다. 시는 거의 읽지 않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미션이 없었다면, 내가 이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면, 과연 그래도 이 시 부분을 읽었을까. 예전에는 그래도 시집도 읽고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시를 읽지 않게 되었다. 읽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시가 멀어진것 같다.
미션으로 읽게된 시 부분이다. 좋았던 부분 안 좋았던 부분이 상존한다. 안 좋았던 부분은 여전히 난해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 시인들의 시가 특히 더 난해하게 다가 왔다. 미션이라 그런지, 좋아하는 문장을 찾기 위해 24편의 시에 자연스럽게 점수가 매겨졌다. 그런데 점수는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이해를 떠나서 내가 알 수 있었던 시는 고증식 시인의 '이름값'과 곽재구 시인의 시 뿐이었다. 두 분의 시가 다 좋았지만, '이름값'이라는 시가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처음 읽어 본 고증식 시인의 시다. 아마도 시인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시를 읽으며 나의 어머니와도 겹쳐졌다. 멋진 이름으로 시작하는 시는 마지막에 진짜 사연을 전하며 미소짓게 만든다. 시가 재미있다고 느껴진건 아마도 처음인듯 하다.
언젠가 엄마 이름은 왜 그럴듯해, 물었더니
- 그럴듯하긴 제길,
니 외할부지 또 딸이라고 서운해서 그랬다더라
아 다른 건 다 두고라도 그 천성 하나는
꼭 물려받고 싶었던
서녘 서에 구름 운 자, 우리 허서운 여사
- 고증식, '이름값' 중
곽재구 시인의 '목도장'과 '중강진 2'도 서사가 있어서 좋았다. 시이지만, 뭔가 이야기가 전해지며 머리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느낌의 시다. 다른 시인들도 서사가 느껴지는 시들이 있었지만, 곽재구 시인의 시만큼은 아니었다. 미션으로 시작한 시였지만, 좋았던 점은 재미난 시들이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할 만한 시들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다시 시를 읽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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