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명한 출판사들이 있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민음사, 문학동네 등. 과거부터 창비와 문지로 대표되어 오던 우리의 출판 문학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일화들을 책에서 본 기억은 있다. 가장 최근에는 문학동네 대표님이 문학동네를 만들면서 창비와 문지에 버금가는 출판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말할때, 그 행사에 참석하신 김훈 선생님에게 혼났다는 일화를 본 기억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독서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왠지 그들만의 리그같은 이야기를 접할때면 괜히 그 안에 속하지 못한 소외감과 함께 그들의 삶이 부러웠었다.
그런 관심들 속에서 문예지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작가들과 작품 성향들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양성이 주는 당혹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책은 재미를 떠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도 갖고 있었던 터라, 모르는 작가들과 관심없는 주제들에 대한 글들을 읽어 나갈 자신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창비에서 클러버 활동 모집을 했다. 매주 한 개의 섹션들을 읽어나가며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는 활동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고, 또 서평단 활동이 주는 강제적인 의무도 계간지에 대한 그동안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청을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뽑혔고, 거의 3달 동안 클러버 활동을 하며 계간지를 읽었다. 우선 책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계간지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많은 편견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이번 겨울호의 모든 내용들이 다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어려운 내용들도 많이 있었다. 지금은 소설책 뒷부분에 예전처럼 긴 평론들이 실리지 않는데, 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나 역시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넘어서 평론 부분은 읽지 않았는데, 내용이 난해하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내 감정들을 평론가들의 의견에 맞춰보게 되는 것이 싫었다. 감정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이번 겨울호도 분명 비슷한 느낌들의 글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뛰어 넘는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현 시대를 반영한 글 읽기는 물론 시에 대한 새로운 감정들, 새롭게 소개받은 작가들... 나에게는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창비에서는 2020년 봄호와 여름호도 비슷한 클러버 활동을 계획하고, 현재 신청자를 받고 있다. 나 역시 다시 지원을 했다. 이런 감정을 이어서, 이후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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