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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장강명

green_rain 2018. 7. 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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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재밌었다. 뭔가 기사체의 문체도 마음에 들었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통계들도 <82년생 김지영> 이후로는 뭔가 인기 있는 소설의 대세같기도 했고 말이다. 이 책 역시 제목에 이끌렸다. 장강명이라는 저자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재밌게 읽은 탓에 제목에의 이끌림에 대한 망설임도 없었다. 특히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더랬다. 만화책을 빼 놓고는 말이다. 그렇다고 만화방에서 주구장창 지낼 정도로 만화광도 아니었다. 그냥 책을 잘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20살이 넘어 소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뒤로 소설이 너무 재미있었고, 지금은 인문, 사회,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로 독서가 진행 중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주위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라고, 내가 책을 읽지 않는 부류였기에, 내 주위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게 되면서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작가의 꿈을 가져 보기도 했었다. 쓰다만 소설이 하드 디스크 어느 폴더엔가 들어가 있을 것이고, 대학교 시절에 신춘문예에 시를 적어 보내기도 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알까 부끄럽다. 다행히 아무도 모른다.

  그런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의 부제에 너무 끌렸다. 부제는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에 가졌었던 질문이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생각을 그저 적어 두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도 이 책을 쓰면서 어떻게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할지 몰랐었다고 적고 있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 답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관련 업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지를 만들어 통계를 만들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찾아 나갔다. 문학상과 공채는 일종의 관문이다.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당선 혹은 합격한 사람은 성안에서 성밖의 사람들과는 다른 계급으로 살아간다. 

  이 책은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성문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문학 공모전과 공채가 가진 시스템을 부정하는 책도 아니다. 장점을 살피고, 단점을 말한다. 시스템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보다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 보다 잘 운영되어 성문이 더 견고해지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문을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벽 자체가 낮아진다면 더 좋은 일일테고 말이다. 성벽 자체를 낮출 수 있는 방법들도 저자의 생각으로 전해 놓는다. 많은 부분들에서 공감이 가는 방법들이다.

  저자는 기자였고, 소설가이다. 글을 잘 쓴다.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읽기에는 편하고 좋다. 또한 본인의 경험이 글에 담겨 있어, 글 또한 흡입력이 있다. 그런데 매 챕터 뒷부분으로 가면서 몰입도가 조금씩 떨어진다. 나의 집중력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살짝 살짝 지루한 부분들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덧붙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로포형식의 글이 주는 매력은 살아있다. 작년에 읽었던 <4천원 인생>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끝 부분에 문학 공모전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공모전 선배(?)로서 저자의 팁같은 것들도 실어 놓았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난 부끄러운 나의 과거의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저 저자의 말대로 서평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는 일에 매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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