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Essay

<가족도 리콜이 되나요>, 양지열

green_rain 2019. 4. 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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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뒷 표지의 카피에 "인생의 고비마다 좌절하는 '법알못'을 위한"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온다. 나 역시 '법알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은 상식적이며, 공정할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재판으로 억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들의 믿음과는 다른 부분들이 법에 존재함을 뜻할 것이다. 법을 알고 싶어, 혹은 법이 재미있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허승님의 책도, 문유석님의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갖고 있었던 맹목적인 법에 대한 믿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에 뽑혀서 읽게 되었다. 서평단에 무조건 응모한 것은 아니고, 법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가족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재밌겠다, 싶었다. 역시 내가 갖고 있었던 법에 대한 믿음이 일부분 맹목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그런 가족들이 늘 사랑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끔 가족애보다는 돈이 우선시 되곤 한다. 가족의 전제가 구성원들간의 믿음과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꼭 그렇지 만은 않은것 같다. 그래도 가족에 대한 나의 믿음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는 더 많기에 아직은 사회가 살아갈만한 공간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일부라도 반영한 듯 하여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결혼과 이혼, 상속에 이르기까지 가족과 관련된 법률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직업이 변호사여서 그런지, 주제에 맞는 다양한 사례와 판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례와 판례로 인해, 소개되는 내용들은 어려운 법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쉽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유용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에 맞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들, 나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판결들도 존재하게 된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느껴지는 현실이 다를 것이고, 각자의 상식도 편차가 클 것이다. 그렇기에,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법이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법률 관계 다툼은 무엇보다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더 생각해 볼 법에 대해서는 저자도 함께 질문으로 던진다.

 

  나는 결혼이, 가족과 가족이 만나 더 큰 가족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고리타분한 꼰대의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의 생각을 아내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고,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족을 정의하고 있다. 결혼 하기 전에 집안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내 생각을 아내에게 강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법으로도 잘못된 행동인줄은 모르고 말이다.

 

  나의 개인 가족사가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여러 법 조항들에 비춰 고려해보자며 따질 수 있었을까? 우리 가족에게 법은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결혼과는 반대로 이혼과 죽음 등으로 인해 가족과 가족이 다시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헤어짐이든 아프고도 슬픈 일이다. 이런 일에 법까지 끼어들면 얼마나 더 마음이 아프고, 다칠까.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나 혼자만의 아픔보다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슬픔이 더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가족법은 필요하지만, 필요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이해하기 쉽고도 유익하게 글을 써준 저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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