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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Essay 68

<허송세월>, 김훈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말을 돌려서 할 필요가 없다. '쉽지 않다'는 말은 '어렵다'는 말과 꼭 같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는 말보다는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가 더 정확하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글이든 정확하고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에둘러 표현하게 된다. 말도 글도 모두 그렇다. 그렇게 말이 많아지고 글은 길어진다.   김훈 작가님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표현이 정확했다. 어떻게든 닮고 싶었지만, 내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았고, 선생님의 문장은 멀었다. 선생님의 새 작품, 산문이 나왔다. 글을 읽는 중에 선생님의 글쓰기와 관련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닮고 싶은 글쓰기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이 실려 있었다. "나는 한국어로 문장을 쓸 때 주어와 동..

Books/Essay 2024.11.06

<타샤 튜더 나의 정원>, 타샤 튜더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유명한 동화 작가 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화를 읽지 않는 나이에 저자를 알게 되었고, 저자의 동화도 읽어 본 적은 없다. 우연히 정원에 관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번쯤 읽어 보고 싶었다. 물론 동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면서 가꾸게 되는 정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보다는 사진이 많아, 그녀가 가꾸는 정원을 눈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 많은 꽃들과 식물들, 나무들, 그 정원을 보면서 자연을 느끼게 된다.   내가 태어난 곳은 시골이다. 마당이 있었고, 농사를 지었더랬다. 물론 내 기억에는 없다. 내가 태어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도시로 이주했고, 그곳에서도 몇 년을 지내고 서울로 이사했다. 유년과 청..

Books/Essay 2024.10.23

<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산문과 에세이의 차이가 뭘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산문은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 글로, 소설과 수필 등이 속한다. 에세이를 따로 검색해 보면 산문 형식의 글로 수필과 같다고 나온다. 그러면 '산문>수필'이고 '에세이=수필'이니까 '산문'은 '에세이'를 포함하는 더 큰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산문=에세이' 아냐? 라고 생각만 할 뿐, 조금은 두 장르가 다르게 느껴졌었는데, 딱히 설명할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여튼 이 책은 '산문'이라고 되어 있으니, '산문'일테고, 크게 내가 갖고 있는 '산문'의 느낌에 가까우니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시작이 이상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산문이든 에세이든 재밌는 책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이렇게 돌..

Books/Essay 2024.10.01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그냥 새로운 책이 나오면 무조건 책을 구입하는 작가들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그렇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구입을 하게 되는 그런 작가들 말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게는 그런 작가는 물론 아니다. 내가 분명히도 좋아하는 작가이다. 다만,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클래식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관련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소설보다는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나 역시 클래식이나 재즈를 좋아하지만,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은 아닌 탓인지도 모른다. 여튼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는 소설에 한정해서이다. 아! 그러고보니, 달리기와 관련된 에세이는 재밌게 읽었다. 하루키만큼의 규칙적인 러너는 아니지만, 가장 꾸준하게 하는 운동이고, 좋아하는 운동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Books/Essay 2024.07.21

<아무튼, 미드>, 손보미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시리즈를 다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서, 제목이 뭔가 나와 닿아있는 느낌이거나 끌리면 읽게 되는 것 같다. 김혼비님의 '술'을 시작으로 김혜경님의 '술집', 비교적 최근에는 김윤관님의 '서재'를 봤다. 아무래도 '아무튼' 시리즈에 발을 들이며 좋아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혼비님의 '술'이지만,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미드' 역시, 딱 보는 순간부터 끌렸다. 그렇다고 미드를 찾아보며 지냈던 것은 아니다. TV 자체를 잘 보지 않을 뿐더러, 뭔가 기다림이 있는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선호하는 까닭도 있었다. 인기가 많았거나, 보고 싶은 드라마는 종료하길 기다리거나 종료 후..

Books/Essay 2024.06.30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서경식

'디아스포라'에 관한 책을 얼마전에 리뷰한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저자도 서경식 선생님 이셨다. 신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유작이 된 셈이다. 몇 권 보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글들이 좋았다. 더는 책들이 출간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랜 만남은 아니었음에도 아쉽고 허전했다.   음악과 미술 순례에 대한 책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읽어 보기 위해 몇 권 사두었는데,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했다. 그러다 '디아스포라' 관련 서적으로 처음 선생님의 글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전에 재일한국인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이라 별다른 생각없이 바로 주문했다. 읽고 있던 책들과 개인적인 일들로 책을 ..

Books/Essay 2024.06.28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유튜브에는 많은 영상들이 올라온다. 알고리즘을 통해 소개되는 영상들을 보다보면, 이내 빠져들어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스스로에게 유튜브 금지령을 내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소개되는 영상들에 빠져들게 되는 순간들은 반드시 또 오게 마련이다. 영어 공부 컨텐츠를 운영하는 유튜버들 중 구독하는 채널들이 몇 개가 있다. 그런 알고리즘 덕분인지, '돌돌콩'이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관심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영상들을 주로 올리는데, 재밌게 읽은 책이나, 영어 학습법에 관한 영상들도 올라오곤 한다.   영어 학습법 때문에 보다가, 다른 컨텐츠들이 더 좋아서 구독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 보았다. 이 책은 저자가 준비하던 플랜A 대신 플랜B의 길을 걸어 현재에 이르..

Books/Essay 2024.06.07

<어머니를 돌보다>, 린 틸먼

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논픽션인지도 몰랐다. 픽션에 약간 슬픈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논픽션임에도 이야기가 있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표지의 재질이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재질이긴 하지만,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마주 잡은 두 손에서 힘이 느껴지는 그림은 제목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고, 무언가 뭉클하게 했다. 케어를 해 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 돌봄은 이 책의 소제목처럼, 의무 혹은 사랑 같은 감정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어떤 단어에서 시작될지라도 육체 및 정신적으로 돌봄이 힘든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암으로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은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며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러다..

Books/Essay 2024.04.22

<아무튼, 서재>, 김윤관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나오는 족족 모두 다 읽는 것은 아니지만, 김혼비님의 을 시작으로 관심있는 컨텐츠의 "아무튼" 시리즈를 구매해 두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닌가? 그래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으로 '서재'를 꿈꾸지 않을까? 책을 좋아하든 아니든, 꼭 독서를 위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말이다. 나는 4남매 중 막내로 형제가 많은 편이다.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많이 넉넉하지도 않았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내 방이라고 갖게 된 나만의 공간은 고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나마도 방을 같이 쓰던 형이 군대를 가면서 오로지 혼자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나만의 공간과 ..

Books/Essay 2024.03.14

<디아스포라 기행>, 서경식

저자 분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사둔 책이 한 권 있긴 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최근 부고 소식과 함께 신간이 나왔다. 그 책을 주문해 둔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났다. 재일 조선인들에 관한 책을 예전에 한 번 보면서 알 수 없는 생각들을 갖긴 했었다. 그럼에도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금방 잊어버렸던 것은 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모든 사회 현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각일텐데 말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고 알게 되었다. 제목과 내용이 기행문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 책은 부제에서 말하고 있듯이, '추방'당한 자들의 이야기 이다. 그 중에는 저자분과 같은 재일 조선인들도 있고, 난민, 유대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저자..

Books/Essay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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